“내가 가장
사랑하는 컬러,
베이비 블루”

글 : DEREK C BLASBERG
사진 촬영: Drew Vickers

작가이자 패션 인사이더 데릭 C 블라스버그 ( Derek C Blasberg ) 와 샤넬 앰배서더이자 뮤즈인 릴리 로즈 뎁 ( Lily-Rose Depp ) 이 맨얼굴, 그녀의 ‘브루넷 시대’, 얇은 눈썹, 그리고 오뜨 꾸뛰르 쇼의 피날레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릭 블라스버그: 릴리 로즈, 우선 지금 장면부터 그려보죠. 어디에 있고, 얼굴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릴리 로즈 뎁: 맨얼굴에 잠옷 차림이에요. 지금 파리에 있는 엄마 집에 와 있어서, 여기서는 이게 거의 제 유니폼 같아요. 머리는 노란 스크런치로 작은 번을 묶었고요. 솔직히 엄청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아주 편안해요.

사진첩에서 릴리 사진을 찾아봤더니 2017년 샤넬 꾸뛰르 쇼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이 우리가 같이 찍었던 첫 사진이더군요. 쇼를 마감하는 의상으로 몽환적이고 러플이 풍부했던 파우더 핑크 웨딩드레스를 입었었죠. 그날 기억나나요?
생생해요! 정말 아름다운 쇼에 참여할 수 있던 것도 좋았지만 신부가 되어 칼의 팔에 기대서 쇼를 마무리했던 경험은 꿈 같이 특별했어요. 긴장되면서도 신나는 경험이었고 모든 순간이 정말 짜릿했죠.

릴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가 샤넬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평생 샤넬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릴 때 기억나는 게 있나요?
결국 다 엄마의 옷장에서 시작돼요. 저는 엄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뒤져보며,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어요. 행사 준비를 하며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드레스와 백, 주얼리를 착용하는 엄마를 지켜봤고, 그 모든 건 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세계였어요. 저도 그런 걸 너무 입고 싶었죠. 제 사이즈로 작은 버전이 있기를 바랄 정도로요. 어린 시절 샤넬을 입은 엄마를 보며, 내가 되고 싶었던 여성의 환상을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 환상은 놀라운 의상들과, 그 안에서 엄마가 보여준 아름다운 존재감으로 채색되어 있었어요. 제게는 하나의 여성성의 이상처럼 느껴졌죠. 샤넬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현실 같지 않은 순간이었어요. 함께한 지 벌써 11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놀라운 하우스와 일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샤넬 촬영이나 쇼를 하면서 배운 메이크업 팁이 있나요?
깜짝 놀랄만한 조언은 아니지만 “적을수록 더 좋다”라는 말을 늘 생각해요. 정말 프랑스적인 표현이기도 하고요. 훌륭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마다 제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손끝을 이용해 얇은 층으로 메이크업하는 걸 자주 보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따라해요. 제가 직접 메이크업하는 걸 좋아해서 중학교 때는 파티가 있을 때마다 친구들 메이크업도 해 주었어요. 그래서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때마다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죠.

코코 샤넬이 늘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고 하나를 덜어내세요,”라고 충고했던 게 기억나네요.
제가 좋아하는 조언이에요. 저도 옷을 입을 때마다 자주 생각하죠.

“나는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뷰티 제품은 비밀 무기 같죠.”

어렸을 때와 비교해서 요즘은 여성성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늘 빨리 자라서 어른 여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던 아이였어요. 힐을 신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메이크업을 할 수 있고, 좀 더 어른스러운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자마자 바로 그 세계로 들어갔죠. 그건 어른이라는 영역에 진입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들고 진짜 어른이 되고 나서, 여성성은 훨씬 더 많은 모습일 수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그 안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도요. 어쩌면 이제는 내가 어른이라는 걸 세상에 보여주려고 서두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잠옷을 입고 있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든, 저는 여전히 충분히 여성적이라고 느껴요. 그건 내면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그런 깨달음은 나이가 들며 생기는 것 같아요. 결국 다 하나의 퍼포먼스예요. 세상 앞에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죠.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기도 해요.

캘리포니아와 파리를 오가며 성장한 걸로 아는데, 특정한 도시에서만 어울리는 뷰티 아이템이 따로 있을까요? 레드 립스틱은 파리 시내 거리에서만큼 캘리포니아 선셋 대로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하! 레드 립은 정말 좋아하지만, 막상 시도하려니 조금 무서워요. 지금은 머리가 브루넷이니까, 브라운 헤어와 함께라면 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파리에서 더 잘 어울리는 룩이 있고, LA에서 더 자연스러운 룩도 있어요. 캐리어를 쌀 때는 주로 날씨가 기준이 돼요. 파리에서는 겨울 동화 같은 옷차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그건 LA에서는 할 수 없는 판타지예요. 반대로 LA에서는 따뜻한 계절의 옷차림이 또 다른 판타지가 되죠. 저는 발레 플랫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건 어디서든 통하는 아이템이에요.

맡은 역할 때문에 헤어가 갈색인가요?
지금 촬영 때문인데, 계속 이 색으로 유지할까 봐요. 금발에 익숙해서 한동안은 거울 속 모습이 낯설었어요. 지금까지 계속 염색을 해서 원래 제 헤어 컬러가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지금 색과 비슷하거든요. 염색을 그만하고 원래 자연스러운 색으로 두고 싶어요. 저에게 새로운 헤어 컬러 시대가 될 수도 있겠네요.

릴리 세대는 미의 규칙을 재창조해 덜 완벽하고 더 개성 있는 뷰티 이미지를 만들고 있어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소셜 미디어에는 분명 많은 단점이 있어요. 서로에게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하지만 장점도 있어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뷰티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이전에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받아들이는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이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또 자신의 모습과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것 역시 아름다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독창성과 고유함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 같고, 그건 정말 아름다운 변화예요. 사람들은 자신을 남들과 다르게 만드는 요소에 더 끌리고, 개성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인공지능이 더 보급될수록 우리가 더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불완전한 특징이 더 매력적이고 바람직한 걸로 변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동전의 양면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더 자주 보면서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깨닫거든요. 그 이면에는 인터넷에서 보여주는 ‘완벽한’ 버전의 모습과 비교되는 실제 모습이 있기 때문에 Derek 의견에 완전히 공감해요. 가능하지 않은 조작된 아름다움이 AI 때문에 떠오른 것처럼 그에 대한 반란으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을 강조하는 아름다움도 주목받겠죠.

코코 샤넬의 에세이에는 립글로스가 여성 인생의 단계를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표현이 있어요.

아까 얘기했듯이 저는 메이크업을 좋아해요. 메이크업 제품은 비밀 무기가 되거든요. 글로시한 입술은 유행을 타지 않죠.

“여성성은 하나로 정의되지 않아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어요.”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어렸을 때 본인에게 아름다움과 자신감, 미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면 무슨 얘기를 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 다 괜찮아질 거야” 같은 말을 해주고 싶은 순간도 많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여성으로서 겪는 모든 일이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위에 놓여 있다고 느껴요. 우리는 늘 변하고 있고, 결코 완전히 도착하지 않아요. 그게 오히려 아름다운 일이죠. 그 과정의 모든 단계가 다 중요해요. 돌아보면 입지 않았을 옷도 있고, 하지 않았을 말도 있고, 하지 않았을 선택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저에게 도달하는 데 필요했고, 지금의 저는 또 내일의 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어린 저에게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냥 그대로 두고, 스스로 길을 찾게 둘 거예요.

연기는 다양한 인생을 탐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자기 모습을 알게 된 적이 있나요?
그럼요. 연기하는 건 영적인 경험이고, 제가 운 좋게 맡은 캐릭터는 전부 이유가 있어서 그 역을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면서 나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거나 내면을 치유 받을 때가 많죠. 연기는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경험이고 제가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전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교훈이나 이유를 나중이 되어서야 깨닫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는 전부 소중한 선물 같이 생각되고, 저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주거나 제가 외면해 왔던 부분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이미 언급했듯이 소셜 미디어는 양날을 가진 검일 수도 있지만, 덕분에 영화와 TV 속 의상이나 미적인 장치로 전달되는 캐릭터 표현을 옹호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릴리도 캐릭터 표현에 도움이 되는 의상이나 미적인 장치를 사용해 본 적이 있나요?
의상 선택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죠. 배우로서 가능한 한 많이 준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허구 인물을 이해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본인 모습이든 맡은 캐릭터이든 의상 같은 겉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나죠. 아주 현대적인 의상, 시대 작품의 고전 의상 등 의상을 통해 배우는 표현하려는 세상에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영화 노스페라투(Nosferatu)의 엘렌 허터(Ellen Hutter)역을 맡았을 때 입었던 의상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거라서, 정말 특별한 기분이 들었죠. 그때 입었던 드레스를 꼭 다시 입어보고 싶어요.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린다 뮤어(Linda Muir)는 재능이 뛰어나고 지식도 풍부한 역사학자 같아서 의상 작업하는 시대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어요. 그녀와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 속 시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연기를 할 때 더 좋았고요.

뷰티 메이크업을 통해서도 다른 시대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릴리는 노스페라투에서 극도로 창백한 피부에 정말 퀭한 눈을 연출했었죠.
드라마 아이돌(Idol)의 조슬린(Jocelyn) 캐릭터 촬영을 마치고 한두 달 만에 노스페라투를 촬영했는데 정말 180도 다른 모습이었어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햇볕에 그을린 금발로 오랫동안 지내다가 영화 속 창백하고 유령 같은 제 모습에 익숙해져야 했거든요. 짜잔! 하고 변신한 것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였지만 그것도 좋았어요. 이렇게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 완전히 몰입할 수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거울 속 나를 못 알아보는 게 신기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연기는 영적인 작업이에요. 모든 역할은 이유가 있어서 내 길 위에 놓이죠.”

다음 10년 동안 유행할 컬러는 뭐라고 생각해요?
전혀 모르겠어요. 어떤 색이 “유행”인지 신경 쓰지 않거든요. 자기가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색이 잘 어울리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베이비 블루이고, 어떤 컬러가 유행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다시 유행했으면 하는 뷰티 트렌드가 있나요?
늘 관심있던 트렌드는 스키니 브로우인데, 저는 눈썹에 손을 대지 않아서 손질했다가 눈썹이 다시 자라지 않을까 봐 겁이 나요. 그리고 요즘은 제가 아주 창백한 얼굴이라서 시대극 메이크업에 빠져 있는데, 제인 오스틴 영화처럼 겨울 느낌이 나는 메이크업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우리가 모두 무시해야 할 규칙은 뭐가 있을까요?
전부 다요? 그냥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샤넬 제품명은 정말 다 단편 시 같잖아요. 만약 립스틱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겠어요?
제품명을 정하는 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럽네요. 이름을 정하는 건 정말 많은 것에 따라 달라지는데, 립스틱 컬러가 뭐죠?

베이비 블루 컬러 립스틱은 어때요?
비쥬(Bisou)요! 프랑스어로 키스라는 뜻이죠.